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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男관객, 영화 보며 '잘생기면 용서되냐' 분노할 것"(인터뷰)


[권혜림기자] 영화 '아는 여자'나 '김씨 표류기'에선 어딘지 억울한 연기를, '카운트다운'과 '웰컴 투 동막골' '실미도'에선 한껏 선 굵은 연기로 관객의 눈을 끌었다. 이번엔 공소 시효가 지난 살인범을 어떻게든 잡아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정재영은 연쇄 살인범으로 분한 박시후화 호흡을 맞춰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24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개봉을 앞둔 정재영을 만났다. 정재영이 지닌 특유의 넉살과 말솜씨가 한 시간을 꽉 채운 화기애애한 인터뷰였다.

"실제 모습은 지금과 비슷해요. 상대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죠. 예전엔 낯가림이 심했는데, 지금은 그러려면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알아요. 요즘은 인터뷰도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나서는 편이예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살인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과 법으로는 그를 잡을 수 없는 형사의 끝나지 않은 대결을 그린다.

사건 담당 형사였던 최형구(정재영 분)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과 자신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범인 이두석(박시후 분)에 대한 분노에 시달린다. 최형구는 미남형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로 스타가 된 이두석을 처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재영은 '내가 살인범이다'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첫날부터 36시간을 비를 맞으며 촬영을 했다"며 "마지막 액션 신 촬영은 1월이었는데 그 때도 너무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첫 스크린 도전작에서 연기 변신을 시도한 박시후의 선택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비슷한 역할들을 또 하면 식상해질 것을 알았을테니 영화에선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주변에서 모험이라 말렸을테지만 그게 배우로서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시후의 미소면 멜로와 살인범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데, 연쇄살인범이라니 더 호기심이 가지 않냐"며 "좋은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재영은 한 인터뷰 자리에서 한류스타 박시후화 호흡을 맞춘 이번 영화를 통해 일본 진출을 시도하겠다는 발언으로 웃음을 안긴 바 있다. 그에게 당시 인터뷰 이야기를 꺼내니 "제가 맡았던 역들이 일본에선 좋아하지 않는 그런 종류였던 것 같다"고 웃으며 운을 뗐다.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할 때 몇 번 일본을 다녀왔는데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웃음) 일본과 한국 사람들 사이엔 좋아하는 캐릭터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무뚝뚝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주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했잖아요. 일본 분들은 다정한 역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마냥 다정한 성격은 아니어도, 정재영이 내뱉는 말의 모든 행간에는 묘한 따뜻함이 있다. 자신이 풍기는 분위기를 두고 "솔직한 다정함"이라고 말한 그는 "그냥 다정하기만 한 건 비즈니스"라며 "적당한 솔직함이 사실 가장 힘들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한다. 정재영은 등급 심의에 아쉬운 감을 표하면서도 "요즘 사회 분위기는 중학생들에게 뉴스를 보여주기도 곤란할 정도"라며 "자고 일어나면 자살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더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내가 살인범이다'는 6학년인 우리 큰아이나 중학생이 봐선 얻을 것이 없는 영화일 수 있다"면서도 "운전 면허를 딸 수 있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정도면 봐도 될 만한 영화인 듯하다. 미국 식으로 17세 관람가 등급이 있다면 어떨가 싶다"고 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순수한 청소년들이 그런 뉴스나 이야기들에 쉽게 흔들릴 수는 있겠죠. 안 그래도 청소년들의 삶엔 힘든 점이 많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등급 심의를 하는 쪽이 이해가 되긴 하는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나쁜 의도를 넣지 않았으니 아쉽죠. 게다가 사실 고등학생 때도 어른들 영화를 훔쳐보는 아이들이 꼭 있잖아요. 볼 사람은 다 보기도 하고…(웃음)"

청소년기 정재영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른들의 영화를 몰래 보는' 그런 학생이었는지 묻자 그는 "사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영화에는 뭔가 야한 장면이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었다"며 "그 땐 폭력성이나 잔인성이 등급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고는 크게 웃었다.

"18세 관람가라고 하면 '야한 거야?'라는 생각만 헀었죠. 액션이 세서 19금 영화였는데도 어딘가 야한 장면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웃음) 사실 그 땐 멀티플렉스도 없었고 야한 영화를 몰래 볼 기회도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왠지 그런 영화들을 봐야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다고는 생각했었죠."

방은진 감독의 영화 '용의자X'와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은 '내가 살인범이다'와 비슷한 시기 극장가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늑대소년'은 장르가 확연히 다르지만, '용의자X'는 범죄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관객층이 겹칠 수 있다.

이에 정재영은 "'용의자X'의 원작 '용의자X의 헌신'을 보고 추측하자면 '내가 살인범이다'는 '용의자X'와 완전히 다른 영화"라며 "'내가 살인범이다'는 남성 관객들이 보다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여성 관객들보다는 남성 관객들이 '내가 살인범이다'의 줄거리를 읽고 궁금해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남성 관객들은 꽃미남 살인범이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며 '잘 생기면 다 용서되냐'고 함께 분노해주실 것 같아요. 물론 일부 여자 분들은 그 인기에 공감하실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정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내가 살인범이다'는 오는 11월8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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